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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속 실제 촬영지 따라가기

by 2thrich 2025. 4. 15.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은 뉴욕의 거리 곳곳을 배경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다시 살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감성적인 음악 영화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단순한 세트 촬영이 아닌, 실제 뉴욕 시내에서의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현실감을 더하고, 음악과 도시가 하나가 되는 장면들을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한 대표적인 촬영지를 따라가며, 뉴욕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맨해튼 거리에서 울려 퍼진 노래들

‘비긴 어게인’의 핵심 장면 중 하나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가 댄(마크 러팔로 분)과 함께 뉴욕 거리를 배경 삼아 앨범을 녹음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들은 전통적인 스튜디오가 아닌 뉴욕의 실제 거리에서 직접 연주하고 녹음하는 설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시의 소음조차 음악의 일부로 녹아들게 연출되었습니다. 이러한 거리 녹음 장면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특히 브루클린 브리지 근처의 골목, 소호 거리의 벽화 앞, 센트럴파크의 잔디밭, 타임스퀘어 근처의 밤길까지 다양한 장소들이 영화에 등장하며, 마치 뉴욕이라는 도시 전체가 음반의 배경이자 주인공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이는 음악이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살아 있는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촬영 당시 실제로 많은 장면들이 통제 없이 진행되었고, 일부 장면은 시민들의 실제 반응을 담아내며 더욱 생생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그레타가 이어폰을 꽂고 골목을 걸으며 녹음을 준비하는 장면이나, 아이들과 함께 리듬을 맞추는 장면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기운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센트럴파크: 감정의 중심이 된 녹음 장소

영화 중반, 그레타와 댄이 센트럴파크에서 곡을 녹음하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시퀀스입니다. 이 장면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자연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울림을 주며, 캐릭터의 감정과 음악이 가장 자유롭게 표현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햇살이 비추는 잔디 위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단순한 녹음을 넘어, 인물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장면으로 작용합니다.

 

센트럴파크의 탁 트인 공간, 사람들의 웃음소리, 자전거와 조깅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그레타와 댄의 마음이 열리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도시의 복잡함과는 대조적인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자신이 잊고 있던 감정과 꿈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예쁜 장소에서 찍힌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서사적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또한 센트럴파크에서의 촬영은 도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감정은 점점 무뎌지고, 예술은 점점 소비적으로 변해가지만, 이 장면은 음악이라는 본질적 감정 표현이 자연 속에서 얼마나 순수하게 울려 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관객에게도 도심 속 쉼표 같은 여운을 남기며, 뉴욕이라는 도시가 음악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댄과 그레타가 걷던 뉴욕의 골목길들

‘비긴 어게인’은 큰 배경이나 스펙터클한 장소보다, 작고 사소한 골목이나 벽화, 낡은 건물들을 자주 포착합니다. 특히 그레타와 댄이 함께 걷는 장면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며, 그 길이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닌, 서로를 알아가고 감정을 공유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맨해튼의 이스트빌리지입니다.

 

이스트빌리지는 예술가와 뮤지션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며, 다양한 카페, 빈티지 숍, 벽화 골목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그레타와 댄이 이곳을 걸으며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장면은 예술의 시작이 거창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또한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허드슨 강변의 자전거 도로 등 뉴욕의 일상 공간들은 영화에서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모합니다. 이는 도시의 공간을 낭만화하는 데 성공한 연출로, 단지 장소 자체가 예뻐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감정과 대화가 그 공간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비긴 어게인’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단지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고, 인물의 감정선과 긴밀하게 연결시켜 서사를 구성한 점에서 특별합니다. 카페 한쪽 테이블, 작은 골목의 스피커, 자전거를 세워놓고 연주하던 도로 한가운데가 모두 감정의 터치포인트로 기능하며, 뉴욕의 구석구석이 영화적 감성으로 채워지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비긴 어게인’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 숨 쉬는 감정의 공간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맨해튼의 거리, 센트럴파크의 푸르름, 작은 골목길의 정서까지, 모든 공간이 음악과 감정을 품은 무대로 기능하며 관객을 깊은 몰입감으로 이끕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단지 이야기가 아니라 그 배경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을 음미해 보세요. 그리고 언젠가 뉴욕을 걷게 된다면, 그 골목에서 울려 퍼지던 멜로디를 다시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