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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vs 그린북 (인종, 계급, 우정)

by 2thrich 2025. 4. 8.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우리에게 단순한 감동을 넘어, 사회와 인간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합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과 ‘그린북’은 서로 다른 국가와 배경에서 제작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적 소수자 간의 우정과 변화의 가능성을 그린 작품입니다.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두 영화는 인간의 본질적인 공감 능력, 계급과 인종을 초월한 관계,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언터처블’과 ‘그린북’을 비교하면서 각각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짚어보고, 오늘날 이 두 영화가 여전히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인종과 계급의 장벽을 넘어

‘언터처블: 1%의 우정’은 하반신 마비로 전신이 불편한 백인 부유층 필립과, 가난하고 이민자 배경을 가진 흑인 청년 드리스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프랑스 사회에서 가장 먼 거리의 계층과 문화를 대표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간극이 새로운 방식의 우정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필립은 동정이나 형식적인 돌봄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람으로 존중해 주는 드리스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드리스는 필립을 통해 자신의 책임감과 성장 가능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은 인종과 계급을 넘는 ‘실질적인 평등’을 상징하며, 프랑스 사회의 복잡한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인물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풀어냅니다.

 

반면 ‘그린북’은 1960년대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백인 운전사 토니의 관계는 미국 남부로의 공연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점진적으로 변해갑니다. 토니는 초기에는 전형적인 백인의 편견을 가진 인물로 등장하지만, 돈 셜리의 지적이고 감성적인 내면을 이해하면서 점차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 갈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갈등과 이해, 변화의 과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냅니다.

 

두 영화 모두 인종과 계급이라는 사회적 장벽을 배경으로 하지만, ‘언터처블’은 계급의 차이에, ‘그린북’은 인종차별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보다 직접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은 결국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우정’을 보여주며, 진정한 만남의 가능성을 증명해 줍니다.

 

우정의 방식과 변화의 감정선

두 영화는 우정을 그리는 방식에서도 확연히 다른 리듬과 감정을 보여줍니다. ‘언터처블’은 전체적으로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관객에게 부담 없이 감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드리스는 직설적이고 장난기 많은 성격으로 필립의 일상을 유쾌하게 바꾸어 가고, 필립 역시 드리스와의 대화를 통해 잊고 있었던 인간적인 감정을 되찾아 갑니다. 특히 필립이 드리스를 통해 음악이나 문학이 아닌, ‘삶 그 자체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영화는 우정이란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함께 존재하는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그린북’은 조금 더 서정적이며, 갈등과 감정의 해소 과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토니는 돈 셜리의 연주를 보호하면서도, 그가 겪는 차별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여정을 함께 하며 돈의 고통과 고독을 체감하게 되고, 점차 그의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어 갑니다. 이 영화에서 우정은 고정된 위치에서 출발해 서서히 서로를 향해 움직여 가는 과정으로 그려지며, 그 변화는 감정적으로도 매우 섬세하게 표현됩니다.

 

‘언터처블’의 우정이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변화라면, ‘그린북’의 우정은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는 데서 오는 변화입니다. 전자는 관계의 유쾌함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후자는 내면의 이해와 신념의 전환을 중심으로 합니다. 이처럼 두 영화는 우정을 다루는 톤과 시선은 다르지만,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실화 바탕 영화의 울림과 현실성

‘언터처블’과 ‘그린북’이 관객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인물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영화가 끝난 후에는 실제 인물들의 현재나 후일담이 함께 소개되어 현실적인 울림을 배가시킵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관객에게 “실제로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달합니다.

 

‘언터처블’의 드리스는 세네갈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사회적 소외 계층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개성과 유머, 인간적인 매력으로 그 프레임을 벗어납니다. 반면 필립은 부유층이지만 장애라는 조건 속에서 세상과의 단절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존재들이 어떻게 진심으로 서로를 돕고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은 프랑스 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린북’의 경우, 미국이라는 다문화 사회에서의 인종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영화 속 돈 셜리라는 인물은 단순한 흑인 예술가가 아니라, 흑인 내부에서도 고립된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는 단순히 백인 대 흑인의 대립이 아닌,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의 복합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미국 내에서의 다양성과 평등이라는 이상이 실제로 어떻게 왜곡되고 실현되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두 영화 모두 실화라는 배경이 주는 현실성 덕분에, 감동이 단순한 극적 장치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 관객 개인의 삶에까지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갖습니다. 그래서 이 두 영화는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과 ‘그린북’은 각각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제작되었지만, 인간관계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 언어, 계급, 인종을 가진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우정은 단순한 드라마적 요소를 넘어, 관객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차이와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서로를 향한 공감과 연대는 모든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두 영화는 증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삶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이 두 영화를 차례로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진정한 만남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되며, 마음을 여는 데에서 출발하니까요.